► New exhibition _ 기억과 추억의 집

1970년대 이후 한국은 현기증 나는 산업화, 현대화의 실험장이었다. 도시와 시골 전역에서 일어난 파괴와 건설의 중첩은 격렬한 양상을 띠어 한국의 전통적 풍경은 아주 적은 흔적만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과도한 개발은 한반도를 스쳐간 시간의 주름을 지워버렸고, 장소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앗아갔다. 마치 과거가 없는 공간으로 변모해갔다. 대다수의 한국인은 기존의 삶의 터전을 부숴버리고 새로운 집을 지으려는 열기에 불탔다.

김진호는 1970년대를 전후하여 초가집, 기와집을 헐어버리고 건축된 농가와 창고, 여인숙 등을 기록했다. 소위 ‘새마을 주택’이라 불린 가옥에 엄정한 카메라 앵글로 주시했다. 이 건축물들은 나름 독특한 구조와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얼핏 보면 거의 동일한 건축물처럼 보인다. 이 획일성은 과거를 지우고 싶은 치욕의 시간으로 간주하면서 서구화에 매진한 시대의 표상이다. 개발독재의 ‘증표’로 남아 있는 이 허접한 집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라져 버린 과거에 대한 우리의 노스텔지어를 부른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다는 과거에 대한 환상을 부른다.

안세권은 서울의 도시재개발에 의한 이른바 ‘달동네’의 해체를 사진의 소재로 삼는다. 서울의 성장과 확장의 이면에 있는 조각난 시간과 공간의 균열을 밤의 풍경으로 포착한다. 달동네를 메가시티의 치부로 여기면서 아파트로 표상되는 ‘서울 뉴타운’ 건설을 위해 ‘월곡동의 빛’처럼 울려 퍼지는 재건축의 굉음을 도시의 빛으로 기록했다. 작가의 냉정하고 엄격한 카메라 워크는 한편으로는 말끔한 현대화를 위해 너저분한 달동네를 부숴버리는 도시 권력의 욕망을 드러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골목길들로 이어진 옛 풍경에 대한 향수를 은밀히 소환한다. 작가는 사진이라는 기록의 장치로 저 폐허 곁에 남아있는 골목길과 판잣집의 기억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반추케 한다.

《기억과 추억의 집》은 우리의 과거를 너무나 빨리, 너무나 많이 파괴한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전시회다. 김진호와 안세권의 카메라를 통해 ‘현대’ 아파트 이전에 살았던 우리의 삶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기획전이다. ‘기억과 추억의 집’을 보면서 값싼 노스탤지어, 싸구려 회환에 잠시 센티멘털해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 아파트의 삶이 진정 값비싼 것인지 우리의 현재를 반성하고자 한다 _ 최봉림 (사진비평가, 작가)